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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리마의 거대 예수상 시민들이 외면 하는 까닭
칠레
자유게시판

 
입력 05/06
ㆍ조회: 17      
페루 리마의 거대 예수상 시민들이 외면 하는 까닭



브라질을 한 번도 찾은 적 없는 사람일지라도 리우데자네이루 코르코바두산 정상에 우뚝 서 있는 거대한 '구세주 그리스도상'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1931년 건축돼 비교적 최근에 지어졌음에도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불리며 주목을 받고 있는 리우의 예수상은 2016년 하계 올림픽 촬영 카메라를 통해 전 세계 텔레비전으로 송출되면서 리우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리우의 멋진 해변을 향해 너그럽게 두 팔을 벌린 예수상은 종교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그런 이유 때문일까. 주변 남미 국가들이 리우를 롤모델로 삼아 너도나도 거대 예수상 건설에 나서고 있다. 이미 지금까지 중남미 지역에는 최소 10개 이상 예수상이 있으며 점점 늘고 있다. 해가 거듭할수록 수가 줄고 있는 가톨릭 신자들에게 신앙심을 고취하려는 의도가 내포돼 있으나 가장 큰 목적은 관광객 확대를 통한 이익 창출이다.

프리미엄 첨부 이미지 볼리비아는 1994년 휴양도시인 코차밤바 내 해발고도 2500m 위치에 리우 예수상보다 약 2m 높은 예수상을 세우면서 세계 최대 예수상 타이틀을 가지면서 유명해졌다. 이 기록은 2010년 폴란드에 높이 52m의 예수상이 세워지면서 깨졌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이 이 곳을 찾는다.

페루 리마도 예수상을 지은 대표적인 남미 도시 중 하나다. '태평양의 예수상(Lima's Christ of the Pacific)'으로 불리는 리마의 예수상은 리우 예수상보다 12m 작지만 이제는 마추픽추, 유우니 호수 등 대표적인 페루 관광지와 더불어 리마를 찾는 관광객들이 꼭 찾아야 하는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에 따르면 이 예수상은 현지 주민들에게는 좀처럼 사랑받지 못하고 있다. '리우의 위조품' '싸구려 예수상' 등 부정적인 취급을 받는 것은 물론 신앙심이 투철한 가톨릭 교도들도 매주 일요일 이곳이 아닌 근처의 다른 마리아상 앞에서 미사를 진행할 정도로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다.

태평양을 바라보며 선 높이 37m의 거대한 순백색 예수상은 분명 900만명 시민을 지켜주는 신성한 존재가 될 수도 있었음에도 왜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걸까.

가장 큰 원인은 예수상을 둘러싸고 페루 정권이 브라질 건설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실 이 예수상은 2011년 6월 당시 대통령이었던 알란 가르시아가 퇴임 1개월을 앞두고 부랴부랴 브라질에서 건설 자재를 공수해 만든 것이다.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건설 비용으로 사비 3만달러(약 3400만원)를 기부했다며 생색을 냈지만 사실 리우처럼 관광객을 불러모을 수 있는 예수상을 만드는 것이 그가 가진 오랜 꿈이자 욕심이었다는 오래 전부터 유명한 이야기였다. 예수상이 완성되던 날 정·재계 유명 인사들과 종교인들이 모여 형식적으로 성대한 축하 행사를 열었지만 정작 시민들은 환영하지 않은 것도 그런 이유였다.

곪아 있던 문제는 당시 리마 시장이었던 수사나 빌라란이 예수상 건설을 두고 자신과 일절 상의가 없었다고 반발하면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예수상 시공을 맡은 브라질 건설사 오데브레히트가 가르시아 전 대통령이 임기 중에 추진했던 공공사업을 수주하는 조건으로 건설 비용 중 83만7000달러(약 9억5000만원)를 기부한 '부정 거래'가 이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오데브레히트는 페루 역대 3대 정권에서 공공사업을 따내기 위해 2900만달러(약 328억8000만원)의 뇌물을 지급한 사실을 인정했다. 부정 거래 의혹은 지금도 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비리 규모는 예상보다 커질 전망이다.

리마 시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지어진 종교적 상징을 철거하기보다 비리에 경각심을 주는 의미로 남겨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일단 예수상이 철거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리의 상징이 된 예수상을 두고볼 수 없다며 해체하자는 움직임도 조금씩 커지고 있어 안심하기는 이르다. 최근에는 페이스북에 '지금 바로 해체하라(Demolition Now)'라는 페이지가 개설되면서 해체를 바라는 시민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 페이지 개설자인 대학생 로드리고 라모스 씨는 "최소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스스로 예수상을 해체하는 일"이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그럼에도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당당하다. 가르시아 전 대통령은 아직 비리로 기소되지 않았으며 자신이 비리에 연루되지 않았다고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오히려 "예수상을 건드리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보이면서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런 말(해체)을 할 수 없다"며 알 수 없는 경고를 늘어놓고 있다.

정치적인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의를 제기하는 집단이 있다. 현지 예술가와 건축가들은 예수상을 리우와 비교하며 '엉망인 위조품'이라고 부르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몸에 비해 머리가 너무 크고 야간에 전등을 비추면 싸구려 레스토랑의 네온사인처럼 보인다며 험담을 쏟아내고 있다. 페루의 유명 건축가인 아우구스토 오티즈 데 제발로스 씨는 "예수의 굴욕"이라며 "경의를 표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예수상 인근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루즈 후로 씨는 "이 예수상은 목적이 없다"며 "그렇게 생각하는 시민이 대다수"라고 꼬집었다.

장소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예수상이 건설된 해안가는 19세기 페루와 칠레가 태평양전쟁을 치른 곳으로 희생된 병사들을 기리는 위령비가 마련돼 있어 관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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